용왕을 찾아 러시아에서 온 한국 호랑이, 

타일러와 사람이 좋아 유랑생활을 하던 도깨비, 김형이

복을 전하러 달에서 내려 온 달토끼, 보름이를 만나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부산에 정착했어요!


서툴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전하는 

좌충우돌 브로맨스(?) 대보름의 친구들 이야기





대보름 친구들의 여정은 오대산 도깨비였던 

김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조선 왕조가 시작될 무렵, 오백년 묵은 절구통이 변하여 김형이 되었다. 잃어버린 절구방망이 탓이었을까. 

화려하게 양 뿔을 뽐내는 다른 도깨비들과 달리, 초라한 외뿔 도깨비로 태어난 김형은 자신이 도깨비 세계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아버렸다. 

김형은 그렇게 혼자인 것에 익숙해졌다. 

외로움에 사무쳤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길을 걷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우연히 들어간 잔칫집에서 다른 이와 처음으로 교류를 하게 된 김형은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 팔도 온갖 잔칫집에서 김형을 볼 수 있었더란다.


잔칫집의 넘치는 온정은 빈 깡통 같았던 김형을 채워주었다. 

이제는 자신이 외뿔 도깨비여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처 다 채워지기도 전에

어느샌가 시끌벅적한 잔치는 점차 사라지고 밤을 밝히던 잔칫집 등은 줄지은 가로등 불빛과 적막으로 대체되었다. 


동네마다 잔치가 사라지자 김형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외로움에 사무쳤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국호랑이지만 '타일러'라는 이름을 가진 사연


일제 강점기 시절, 호랑이 사냥을 피해 북쪽으로 피난 간 한국의 호랑이들은 원치 않게 남의 구역을 침범하여 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삶이 녹록치 않았다.


타일러 또한 마찬가지였다. '호'씨 가문 사랑둥이로 태어났지만 객지 삶에 녹아들기 위해 '타일러'라는 이름으로 '타'씨 가문(?) 2대손이 된 타일러! (*TMI '타'씨 시조격인 타일러의 아빠는 '타이슨'이었다고 한다.)


무리와 떨어진 생활로 인해 부침이 많았던 탓에 타일러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었다. 이를 가엾게 여긴 산신은 어린 타일러를 보살펴 주며 부모의 빈 자리를 채워주지만 그 마저도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면서 타일러는 혼자가 되고 만다. 


사라진 산신을 찾아 헤매던 타일러는 산신의 친구였던 까마귀 선생의 도움을 받아 동해 바다 용왕에게 산신의 행방을 묻기 위해 조국인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강원도 오대산 즈음에서 사람 행세하는 이상한 도깨비를 만나 동해 바다에 도착했지만 수영을 하지 못하는 타일러는 바다 주변만 어슬렁거릴 뿐, 이전과 다를 것 없이 이상한 도깨비와 함께 산신만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보르미와 친구들의 만남


달이 환하게 바다를 비추던 어느 날, 

타일러와 김형은 그 날도 하릴없이 오도카니 바다만 보고 있었더란다. 달빛을 따라 지구로 내려오는 새하얀 토끼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달빛을 따라 지구로 내려오던 달토끼 보르미는 바닷가에서 자신을 보고 호들갑 떨던 웬 솜뭉치와 아기 호랑이를 보느라 그만 균형을 잃고 어딘가로 떨어지고 만다.


떨어질 때 꽤 요란한 소리를 냈기 때문에 보르미가 떨어진 쪽으로 곧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보르미는 기지를 발휘해 빨랫줄에 널려있던 잠수복으로 달빛 머금은 새하얀 털을 숨길 수 있었다.


지구에 복을 전하러 온 달특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았다고 안도할 즈음, 타일러와 김형이 보르미 앞에 나타나고야 말았다. 


호기롭게 지구로 온 달특사 보르미는 과연 타일러, 김형과 함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대보름의 친구들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타일러의 사연을 들은 보르미와 김형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타일러가 용왕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로 한다. 

대보름 날, 김형은 바닷가 사람들을 홀려 잔치를 열게하고 

이 틈을 타 보르미는 달의 힘을 빌려 바다를 갈라 바닷길을 열었다. 


친구들 덕분에 걸어서 용궁까지 갈 수 있게 된 타일러는 힘차게 쉬지 않고 용왕을 만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용왕을 만난 타일러는 산신이 여기에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용왕은 고개를 좌우로 두번 가로저었다. 

다시 한 번 타일러는 산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용왕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두 번 가로저었다.

한참을 고갯짓의 의미를 생각하던 타일러는 

이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타일러는 친구들 덕분에 용왕을 만날 수 있었지만 혼자임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친구들 덕분에 혼자가 아닌 것도 깨달았다. 대보름의 친구들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